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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관의 골치 아픈 점으로, 적당히 빠른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이 이상 빠르게 날려고 했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초속 4천 킬로미터를 돌파해버린다.
그러나 이 속도로도 스테이션까지는 약 25초.
‘미니욘 연성’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재스민은 여기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테이션으로 달려간다고 해도 탈출정에는 도약능력이 없다. 범인이 도망치려고 한다면 도약이 가능한 배를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퀸 비가 도착할 때까지의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그런 것을 준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실로 독 안에 든 쥐. 범인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범인은 아무 계획도 없이 스테이션으로 도망친 게 아니었다. 미리 도망칠 수단을 준비해둔 것이다.
이제 도망칠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범인과 아기를 태운 탈출정은 역 구내에 정박하고 있어야 할 ‘몽블랑’으로 직행했다.
정박하고 있어야 했.다.는 말은, ‘몽블랑’이 이미 정박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배의 위치 자체는 거의 변함이 없지만 엔진이 작동하는 상태로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었다. 명백하게 도약 직전의 상태였다.
‘몽블랑’의 격납고 문이 열리고, 똑바로 그쪽을 향해 날아간 탈출정을 수용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유괴범과 ‘몽블랑’은 한패였다.
탈출정을 수용한 ‘몽블랑’은 곧바로 도약을 개시했다. 중력파 엔진이 작동하고, 곧바로 게이트에 돌입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몽블랑’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습을 감췄다.
“‘미니욘 연성’?! 뭐 하고 있어!!”
재스민이 부르짖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역을 폐쇄하라는 요청을 했는데 어째서 뻔히 눈앞에서 범인을 보내버린 건가.
그러나 아무리 호출해도 ‘미니욘 연성’의 관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재스민의 얼굴이 더욱 험악해졌다.
‘몽블랑’이 무슨 목적으로 온 배인지, 재스민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까 ‘쿠어 킹덤’ 내에서 벌어진 사건, 그 범인의 동료라고 하면 민간선을 가장해 역에 침입한 뒤 관제실을 제압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그렇다면 끝까지 쫓아가줄 수밖에.
재스민은 곧바로 이어 도약하려 했지만 역의 코앞에서 갑자기 조종석의 경보가 울렸다. 도약하려 하는 게이트가 이미 다른 중력파 엔진의 작동에 공명하고 있었다. 게이트가 개통 상태라는 것을 알리는 경보였다. 즉 다른 배가 ‘힐디아’에서 ‘미니욘 연성’으로 도약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퀸 비 입장에서는 이 상태를 ‘도약의 우선권을 빼앗겼다’고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반대쪽에 있는 배는 바로 게이트로부터 회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배와 정면 충돌해 양쪽 모두 박살나고 만다.
재스민은 짜증스럽게 혀를 차고 진로를 돌렸다.
승강장 근처에서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갑자기 뭐라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이 급습했다.
바로 지금 아이를 훔쳐간 범인이 도약해 도망친 상황에서, 마치 교대라도 하는 듯이 다른 배가 도약해온다.
무슨 배가? 어떤 목적으로?
“힐디아, 응답해! 힐디아 관제!”
이변을 깨달은 재스민은 게이트 저편에 있는 ‘힐디아’의 역 직원을 호출해 보았다.
어떤 배가 도약하는 건지 ‘힐디아’ 관제관은 알고 있을 터.
그러나 이쪽 역시 응답하지 않았다.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통신도 이어져 있다. 배가 도약을 한다면 당연히 관제가 유도하고 있을 터. 그런데 전혀 응답이 없었다.
머리카락이 송두리째 곤두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본능적인 감으로 재스민은 기수를 돌리며 급속히 속도를 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미니욘 연성’에서 떨어지려고 한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퀸 비가 도망치는 것과 동시에 역 구내에 우주선이 출현했다.
상당히 크다. 약 40만 톤급 우주선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를 인식할 수 있었을 뿐, 배의 외견을 자세히 관찰할 틈은 없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 배가 폭발했던 것이다.
엄청난 대폭발이었다. 마치 이 유역에 또 하나의 태양이 나타난 것처럼 강렬한 빛이었다.
그 순간적인 빛만을 남기고 ‘미니욘 연성’의 거대한 구조물까지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렸다.
물론 단순한 사고로 끝날 만한 폭발이 아니었다.
선내에 폭탄을 잔뜩 채워두지 않았다면, 고의적으로 그 전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리가 없다.
폭발의 충격에 퀸 비도 크게 흔들렸지만 조종석의 재스민은 능숙하게 기류를 타며 이 충격을 흘려냈다.
재스민은 다시 태세를 갖춘 뒤 격노하며 스테이션이 있던 지점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역의 구조물이 소멸했다고 해서 게이트까지 소멸할 리는 없었다. 물론 이 정도의 폭발을 정면으로 먹었으니 게이트의 상태도 상당히 불안정하겠지만 소형 기체의 이점을 살려서 도약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위험하다는 사실이야 뻔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분노가 재스민의 전신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를 훔치고, 그를 위해 수없이 사람을 죽이고, 지금 막 스테이션까지 날려버렷다. 관계없는 직원들이, 체재하고 있던 여러 연구원들이 희생되었다. 이런 비열한 짓을 용서할 수는 없다.
아이는 반드시 되찾는다.
반드시 이 비열한 짓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이다.
격렬한 결의를 가슴에 품고 게이트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탐지기에 경보가 울렸다.
다른 우주선이 급속도로 접근해온다.
게이트로 가지 못하게 퀸 비의 진로에 억지로 끼어든 배가 있었다.
서둘러 역추진을 걸고 충돌을 회피한 재스민은 통신기를 향해 맹렬하게 외쳤다.
“비켜, 해적!”
“그만둬, 여왕!”
켈리 역시 ‘팔라스 아테나’의 조종석에서 외쳤다.
퀸 비와 마찬가지로 격납고에 갇히기는 했지만 ‘팔라스 아테나’는 퀸 비와는 달리 그리 간단하게 격납고 문을 부술 수는 없었다. 이만한 덩치의 배가 억지로 빠져나오면 ‘쿠어 킹덤’에 큰 구멍이 뚫려버린다. 정비원들이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 간신히 격납고 문이 열려 이제야 뒤를 쫓아온 것이다.
켈리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이 상태의 게이트를 지나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비켜, 해적.”
재스민은 다시 한 번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낮게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베일 듯이 날카로운,